Encar

외부 디자인

"투박하고 무심해 보이는"

여러 면에서 미국적입니다. 일본차의 아기자기함이나 화려함은 없어요. 면과 선을 굵직하고 투박하게 그려 짐짓 무심해 보이지요. 앞모습은 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혼다차들, 예컨대 시빅이나 피트와 닮았습니다. 작은 차에서는 잘 어울렸던 반면 CR-V에서는 조잡하다는 기분 들기도. 못 생기진 않았지만 일견 과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상품성 끌어올린 페이스리프트는 2014년 10월에 실시됐습니다. 이때 헤드램프에 주간주행등을 넣고 휠 디자인이 바뀌었죠. 하지만 이를 빼면 출시 초기(2011년 11월)부터 외관 상 큰 변화 겪지 않은 채 쭉 팔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겉치레를 중시하는 성향이라면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을 사셔도 무방할 겁니다. 후기형이라고 해서 딱히 신형 차처럼 보이는 건 아니니까요.

뒤쪽은 화물차 느낌입니다. 결코 예쁘지 않다는 소리. 대신 실용적이고 합리적입니다. 원인은 세로형 테일램프에 있습니다. 가령 대부분의 승용차들은 가로형을 쓰잖아요. 그런데 CR-V는 고집스럽게도 테일램프를 길쭉하게 박았습니다. 가로 형태는 디자인을 안정적으로 보이게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용성 면에서는 세로형이 좋지요. 램프가 트렁크를 잡아먹지 않기 때문에 해치게이트를 틔울 수 있고 단가 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디자인에 대한 한 줄 평가는 ‘예쁘고 화려한 최신 SUV의 트렌드에서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출시된 5세대 CR-V는 이제야 현대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에 견줄 수 있는 수준의 얼굴을 갖게 됐죠. 따라서 예쁜 차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 차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실용성 중시하는, 생김새 따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이에게 적절합니다. 이걸 타면 마치 “나는 합리적인 소비자”라고 말하는 것처럼 여겨질 거예요.

내부 디자인

"값 싼 소재의 채용"

실내도 단순하고 평범한 구조입니다. 대시보드를 넓게 편 다음 꼭대기에 트립컴퓨터용 모니터, 그 아래에는 7인치 멀티미디어 시스템을 배치했습니다. 아울러 중간쯤에 단조롭되 직관적인 버튼 배열의 공조장치 넣었지요. 외관에서 그랬듯 역시나 디자인보다 실용성을 강조한 듯합니다. 처음 타는 사람도 아무런 위화감 없이 늘 몰던 차처럼 다룰 수 있죠. 대신 7인치 모니터 안에 담긴 멀티미디어 시스템 쓰는 것은 아주 어렵고 불편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에 들어오면서 애프터마켓 걸로 맞춘 듯해요. 그렇다 보니 완성도를 보장하지 못한 거죠.

2015년 당시 CR-V의 값은 3,790만~4,050만원이었습니다. 현대 그랜저나 K7 수준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차에 오르면 1,000만원짜리 차에 탄 듯한 기분입니다. 운전대와 시트 감싼 가죽은 원가절감형처럼 뻣뻣하고 90년대 차에서나 볼 법한 일자형 기어 노브가 한숨 자아냅니다. 특히 센터터널 쪽에서 저가차 냄새가 많이 납니다. 뻥 뚫려 있는데 ‘이게 뭐 하자는 건가’ 싶어요. 결정적으로 실내 곳곳을 채운 플라스틱 질감이 너무 저렴합니다. CR-V는 기아 SUV 라인업으로 치면 스포티지 급인데 실내 감성은 엔트리인 스토닉 수준밖에 안 돼요.

직선주행

"쓸 데 없을 정도로 잘 달림"

지금 다루는 CR-V는 2011년 12월에 등장한 4세대 모델이고 2014년 10월에 한 차례 페이스리프트 되었는데요. 그때 얼굴보다 오히려 파워트레인이 확 바뀌었습니다. 일단 초기에는 직렬 4기통 2.4L 포트분사식 엔진에 5단 자동변속기 조합이었습니다. 당시 최고출력은 190마력, 최대토크는 22.6kgㆍm을 냈지요.

반면 14년 10월부터는 엔진에 직분사 인젝터를 도입했습니다. 이로써 출력은 2마력 내려갔지만 최대토크가 25kgㆍm로 상승해 실제 가속감이 좋아졌습니다. 알루미늄 엔진 블록은 전보다 1.3% 감량했고 플라스틱 캠 커버와 새로운 벨트 디자인으로 효율 높였어요. 아울러 실린더와 피스톤 링, 액세서리 벨트의 마찰을 저감시켜 엔진에서만 4%의 연료 절감을 이뤘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직분사 엔진임에도 식성 까다롭지 않은 겁니다. 일반휘발유 넣어도 엔진 데미지 안 받고 제 성능을 낸다고.

변속기도 CVT(무단변속기)로 갈아 탔습니다. 기어비 변화 폭이 기존 5단보다 33%나 넓다고 합니다. 결국 저속에서는 견인력이 더 좋고 고속에서는 엔진 회전을 낮게 사용할 수 있다는 뜻. 일반적인 다단변속기로 대입하면 기어가 8~9개 있는 격입니다. 이런 연유들 때문에 4세대 CR-V 사실 거면 헤드램프에 데이라이트 삽입된 페이스리프트 버전(4.5세대)을 권합니다. 생김새 변화는 거의 없을지언정 파워트레인이 확 좋아졌으니까요. 심지어 댐퍼, 스프링, 안티롤 바, 로어암까지 초기형 대비 개선됐다고 합니다.

필자 머릿속 CR-V는 가속 페달 밟아 차를 움직일 때의 느낌이 좋은 차였습니다. 일단 차가 처음 나아갈 때 싸구려 자동변속기나 무단변속기 특유의 ‘미끄러지는 기분’을 없앴습니다. 마치 엔진부터 바퀴가 샤프트 한 개로 연결된 듯 쫀쫀하게(?) 힘이 전달됐어요. 사실 CR-V의 무단변속기는 칭찬할 구석이 많습니다. 특유의 벨트 소음도 전무하고 변속기 내 풀리가 움직이는 속도가 엄청 빨랐어요. 예컨대 항속하다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끝까지 때리면 웬만한 자동변속기 스킵시프트보다 빠르게 기어비를 바꿨습니다.

차 자체의 세팅도 공격적입니다. 가령 풀 액셀하면 회전한계인 6,800rpm에 고정한 채 폭발적으로 치고 나갑니다. 덩치 큰 SUV 주제에 속도계 끝자락을 쉽게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시내에서 빠르게 치고 나갈 때도 별달리 힘 빼지 않고(고회전 쓰지 않고) 갈 수 있습니다. 새 직분사 엔진은 마치 저속에서 디젤, 고속에서는 가솔린 같은 좋은 유닛이었습니다.

물론 흠도 있었습니다. 요즘 무단변속기들은 임의의 풀리-벨트 간 위치를 설정해 수동 모드로 다룰 수 있게 배려합니다만 CR-V는 그런 게 없습니다. 오직 저단 기어인 L단과 스포츠 모드(S단)를 갖춘 게 전부지요. 아울러 시속 80km을 넘어서면서부터 온갖 소음이 차 안을 침입합니다. 바퀴 굴러가는 소리와 풍절음 때문에 연신 파워 윈도 스위치를 당기게 됩니다. 아무리 미국 시장에 특화된 차라도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요.

곡선주행

"예상 밖의 날렵한 몸놀림"

CR-V는 ‘리얼 타임 AWD’라는 이름의 상시 사륜구동이 기본입니다. 평소에는 앞바퀴를 굴리며 연료 효율을 챙기다 미끄러짐을 감지할 때 사륜구동으로 변환되는 식. 원리는 전륜 디퍼렌셜 주변에 맞춘 자그마한 트랜스퍼 케이스가 프로펠러 샤프트를 통해 뒤쪽 디퍼렌셜로 동력을 주는 겁니다. 본래 혼다의 의도는 눈길과 빗길에서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거였습니다. 하지만 직접 타보니 평소에도 쓸 만했어요. 마른 노면 코너링 때 가속 페달 깊게 밟으면 동력이 뒤쪽으로 보내지는 걸 느낄 수 있었거든요. 서서히 기울어짐이 줄며 차가 일어나서 스로틀을 더 열 수 있게 했습니다.

운전대 감각도 단정하고 깔끔합니다. 묘할 만큼 발놀림이 가벼운 것도 장점입니다. 일부 SUV들은 코너에서 무쇠로 만든 바퀴를 끼운 것처럼 굴지만 CR-V는 소형 승용차 감각입니다. 운전재미를 따질 수준은 아닐지언정 앞이 무거운 디젤 SUV들 대비 경쾌한 맛이 좋았습니다. 이 때문에 가솔린 엔진 승용차 타던 이가 SUV로 갈아탈 때 가장 먼저 고려할 만합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시끄러운 노면 소음과 풍절음은 적응이 필요할 것입니다. 가솔린 엔진 자체는 조용한데 이게 참 문제예요.

성능 비교

모델	제조사 현대 제네시스 기아 쉐보레(GM대우) 르노코리아(삼성) KG모빌리티(쌍용) BMW 닛산 닷지 도요타 람보르기니 랜드로버 렉서스 로터스 롤스로이스 링컨 마세라티 마이바흐 맥라렌 머큐리 미니 미쯔비시 벤츠 벤틀리 볼보 뷰익 사브 쉐보레 스마트 스바루 스즈키 시트로엥/DS 아우디 애스턴마틴 이네오스 인피니티 재규어 지프 캐딜락 크라이슬러 페라리 포드 포르쉐 폭스바겐 폰티악 폴스타 푸조 피아트 혼다 BYD 모델 연식 등급 세부등급	제조사 현대 제네시스 기아 쉐보레(GM대우) 르노코리아(삼성) KG모빌리티(쌍용) BMW 닛산 닷지 도요타 람보르기니 랜드로버 렉서스 로터스 롤스로이스 링컨 마세라티 마이바흐 맥라렌 머큐리 미니 미쯔비시 벤츠 벤틀리 볼보 뷰익 사브 쉐보레 스마트 스바루 스즈키 시트로엥/DS 아우디 애스턴마틴 이네오스 인피니티 재규어 지프 캐딜락 크라이슬러 페라리 포드 포르쉐 폭스바겐 폰티악 폴스타 푸조 피아트 혼다 BYD 모델 연식 등급 세부등급

안전장비

"페이스리프트 이후 스몰 오버랩 대응"

운전석 조수석 정면 에어백과 유리창 커튼 에어백, 시트 옆쪽 사이드 에어백을 달았습니다. 차체자세제어장치(ESC)나 앞뒤 주차 센서, 후방카메라도 기본입니다. 사실 이런 것보다 페이스리프트 때 충돌안전성이 향상된 걸 주목해야 합니다. 14년형 모델까지는 IIHS 스몰 오버랩 테스트(부분정면충돌)에서 ‘나쁨’에 해당하는 Marginal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 이후(14년 10월)부터는 최고 등급인 G로 올라섰습니다. 이로써 2015년과 2016년에는 탑 세이프티 픽+에 뽑혔어요. 변속기와 엔진과 더불어 후기형을 사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겁니다.

편의장비

"동급 국산차 대비 열세"

전형적인 미국형 SUV라서 내세울 만한 편의장비가 없네요. 풀오토 에어컨과 내비게이션, 열선 시트 정도가 전부입니다. 자그마한 선루프와 레인 센서, 제논 헤드램프, 운전석 파워 시트도 달리지만 메리트로 강조하긴 어렵겠죠. 여기까지는 기본형인 EX-L 모델 얘기고 그나마 고급형인 투어링은 장비가 살짝 더 좋습니다. 일단 전자동 테일게이트 덕에 힘 들이지 않고 트렁크 여닫을 수 있습니다. 운전석 전동시트에는 메모리 기능이 더해지고 카메라 기반 레인 와치 시스템(일종의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을 기본 장비합니다. 이렇게 하고 260만원을 더 받았지요. 단, 2016년형부터는 기본형에도 레인 와치 시스템이 들어갔다는 걸 기억하세요.

안전ㆍ편의 비교

모델	제조사 현대 제네시스 기아 쉐보레(GM대우) 르노코리아(삼성) KG모빌리티(쌍용) BMW 닛산 닷지 도요타 람보르기니 랜드로버 렉서스 로터스 롤스로이스 링컨 마세라티 마이바흐 맥라렌 머큐리 미니 미쯔비시 벤츠 벤틀리 볼보 뷰익 사브 쉐보레 스마트 스바루 스즈키 시트로엥/DS 아우디 애스턴마틴 이네오스 인피니티 재규어 지프 캐딜락 크라이슬러 페라리 포드 포르쉐 폭스바겐 폰티악 폴스타 푸조 피아트 혼다 BYD 모델 연식 등급 세부등급	제조사 현대 제네시스 기아 쉐보레(GM대우) 르노코리아(삼성) KG모빌리티(쌍용) BMW 닛산 닷지 도요타 람보르기니 랜드로버 렉서스 로터스 롤스로이스 링컨 마세라티 마이바흐 맥라렌 머큐리 미니 미쯔비시 벤츠 벤틀리 볼보 뷰익 사브 쉐보레 스마트 스바루 스즈키 시트로엥/DS 아우디 애스턴마틴 이네오스 인피니티 재규어 지프 캐딜락 크라이슬러 페라리 포드 포르쉐 폭스바겐 폰티악 폴스타 푸조 피아트 혼다 BYD 모델 연식 등급 세부등급

현대 투싼(TL) 만합니다. 길이 4,555, 너비 1,820, 높이 1,685mm로 투싼 대비 80mm 길고 30mm 좁은 SUV예요. 우리 기준으로는 준중형 SUV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실내 공간은 차체보다 한결 크게 느껴집니다. ‘광활하다’는 표현도 적절합니다. 마치 “우리 차는 못생겼지만 안이 무척 넓으니까 사게 될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운전석 시야가 아주 훌륭하고 운전 자세에도 불만 없었습니다. 뒷자리 무릎 공간과 머리 공간도 라이벌보다 훌륭합니다. 대신 조수석 시트가 불편했습니다. 묘하게 높게 앉는 까닭에 마을버스 보조 의자에 앉은 듯 불안하더군요.

트렁크 용량은 최고. “던지면 들어간다”는 말이 어울립니다. 바닥이 낮아 짐을 넣고 빼기 편하고 입구가 큼지막해 물건이 걸리지 않습니다. 트렁크 쪽 레버 당기면 뒷좌석 등받이가 한 방에 접히는 것도 훌륭합니다. 혼다는 이를 원 모션 폴딩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거창한 이름과 달리 기계식으로 접히지만 차의 활용도를 높이는 좋은 기능입니다.

• 높이 1,685mm
• 너비 1,820mm

• 휠베이스 2,620mm
• 길이 4,535mm

크기ㆍ질량

연비

가솔린 SUV로서 디젤 엔진의 투싼이나 싼타페보다 유류비 부담이 필연적입니다. 출시 당시 복합연비는 L당 11.6km였는데 필자가 약 400km 타는 동안 이보다 10%쯤 낮은 연비를 내 주더라고요. 당시는 4월이었고 에어컨을 켜지 않았습니다. 시내와 고속의 비중은 3:7정도였고요.

정비

구조가 단순해 섀시나 보디 쪽 고장은 겪지 않을 겁니다. 대신 CVT 쪽 이슈가 좀 있는데요. 만약 고장 난다면 공임 포함 1,000만원 정도 각오해야 한다네요. 부품가 자체는 독일차의 70% 수준입니다. 국산차와 비교하면 2~3배 정도로 보면 돼요.

보증기간

혼다코리아의 AS 기간은 3년 또는 10만km까지입니다. 후기형 모델을 살 경우 AS 남은 차를 살 수 있다는 계산. 앞서 말했듯 CVT 쪽 이슈가 존재하고 엔진 떨림 얘기도 있으니 가급적 보증 살은 매물을 찾으세요.

"리콜 및 무상수리 미실시"

이 차의 후계 모델인 5세대 CR-V가 출시 초기부터 이른바 녹 문제로 골치 썩고 있습니다. 혼다는 토요타와 더불어 최고의 내구성을 자랑하는 걸로 유명한데 좀 의외지요. 한데 이런 품질 문제가 4세대와 4.5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국내는 아니고 미국에서요. 특히 신형 직분사 엔진과 무단변속기 탑재한 4.5세대 모델이 말 많았습니다.

우선 2015년형 모델의 진동 문제입니다. 변속기 D단에서 정차해 있을 때, 가속 시 엔진 회전이 1,000~1,200rpm일 때, 시속 65~80km(1,800~2,200rpm)으로 달릴 때 엔진이 부르르 떤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는 개선 작업이 됐었는데 국내는 실시된 바 없습니다. 또 무단변속기의 슬립 문제로 인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CVT 속도 조절 시스템)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역시 국내는 예외였어요. 아무래도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 좀 씁쓸하고 꺼림칙할 만합니다.

이외에도 5세대와 비슷한 시트 프레임 녹 문제, 엔진 헤드커버 쪽 누유 문제, 각종 잡소리 이슈 등이 존재합니다. 일본차 내구성 좋다는 말, CR-V에서는 통하지 않는 건가 봅니다.

신차가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