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투스카니

장점 100만원짜리 장난감 중 제일 큼

단점 택시보다 안 나감

낡았지만 여전히 드라이버 키우는 명차

모카평가 2.5 | 고객평가

Y2K의 이듬해인 2001년. 저는 고등학생이었어요. ‘택트’ 살 돈도 없는 찌질이. 그런데 현대가 티뷰론 후속으로 투스카니를 만들었습니다. TV에서는 까만 구준엽 씨가 검은 투카에 빙의해 마구 달려댔죠. 미칠 것 같았습니다. 갖고 싶어서. 결국 대학에 들어가자 마자 계약, 5년 가까이 탔습니다. 지금까지 품에 들였던 18대의 애마 가운데 제일 오래 보유했어요. 그만큼 완성도 높았습니다. 자연스레 만족도도 높았죠. 이렇듯 워낙 좋아했던 차인 까닭에 지금부터 편향된 시각으로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대신 정보의 깊이 면에서는 다른 차보다 한결 긍정적일 거예요.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공도 수퍼카는 BMW M3(E46)였습니다. 값이 9,500만원이었던 기억. 그때부터 지금까지의 물가상승률(화폐가치하락률) 생각해 보세요. 진짜 비싼 차였습니다. 반면 투스카니는 GT 기본이 1,400만원 대부터 출발했습니다. 나중에 추가된 GL 기본은 1,100만원 대였죠. M3의 12%도 안 되는 값. 알바나 과외 열심히 뛰면 살 수 있는 차. 파격적인 가격 만으로도 젊은이의 드림카가 될 만한 기본 자질을 갖춘 거였습니다.

15년 넘게 시간이 흘렀네요. 이제는 드림카는커녕 누구도 눈길 주지 않는 구닥다리 신세입니다. 뒤 펜더에서는 녹이 피고 운전석에는 대개 ‘외노자’가 있죠. 이제는 은반사 ‘Castrol’ 스티커가 어색하지 않은 처지입니다. 하지만 지금이 기회입니다. 꿈꾸었던 차를 살 수 있는 기회요. 천대 받는 현실 탓에 중고차 시장에서 100만원 선에도 살 수 있게 됐거든요. 5만원짜리 20장만 내면 투스카니가 여러분의 것이 된다는 말입니다.

차가 썩었을지언정 운전 재미는 최신형 자동차에 밀리지 않습니다. 보디 강성이 든든하고 핸들링과 회두성이 웬만한 유럽차 저리가라지요. 케이블식 스로틀 보디와 유압식 스티어링은 원초적이기까지 합니다. 이거 사면 ‘언더백 레이스’에 나가거나 산길에서 이리 쿵 저리 쿵하며 운전 실력 키우기에 으뜸입니다.

자, 고작 100만원입니다. 자신이 자동차 마니아를 자처한다면 전자장비 듬뿍 담긴 최신형 모델보다 드라이버를 키우는 머신을 삽시다. 그게 바로 투스카니입니다. 시장에서 멸종되기 전에 얼른 지릅시다. 여러분께 아련한 추억과 더불어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테니.

투스카니, 혹시 이런 게 고민이세요?

고질병이 뭔가요?
엔진과 하체 내구성이 훌륭합니다. 설령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지라도 아주 싸게 고칠 수 있죠. 다만 BCM이라는 통합 모듈이 잘 나갑니다. 이상 유무는 방향지시등 작동으로 감지 가능. 보태어 뒤 펜더의 부식 이슈가 있으니 꼭 체크하세요.
GL 기본/고급형 살 때 유의점은?
FL2 이전까지의 GL 등급들은 에어백이 한 개도 없었다는 걸 기억하세요. 그리고 GL에서는 ABS와 탠덤 부스터가 ‘선택 옵션’으로 운영됐던 것도 중요합니다. ABS 모듈은 엔진룸 내 잘 보이는 곳에 달려 있으니 탑재 여부를 쉽게 알 수 있겠죠?
2.0 6단 수동 모델은 어때요?
다른 2.0이 5단 수동인 것과 달리 GTSⅡ는 아이치에서 공급하는 6단 수동변속기를 답니다. 그런데 이게 가속성 면에서는 큰 이점이 없대요. 대신 변속기 내구성이 5단 MT 대비 훨씬 좋다고. 뭐, 이 점 하나로도 분명 가치 있는 선택이지요.
‘스포츠카 할증’ 붙나요?
네, 전고가 낮아 보험료의 스포츠카 할증을 피할 수 없습니다. 대신 차령이 10년을 넘겨 자동차세가 50% 할인됩니다. 보험료가 비싸다는 단점을 자동차세에서 보전할 수 있다는 거죠.
엘리사는 어때요?
최고! 베타와 달리 알루미늄 블록이어서 프론트 무게 차이도 얼마 안 납니다. 작은 보디에 6기통 자연흡기 엔진 품어 소장 가치까지 있겠죠. 다만 서지탱크 위치 때문에 점화플러그나 타이밍벨트 교체 시 2.0보다 공임이 많이 나오는 게 단점입니다.

디자인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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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ㆍ승차감

가속형 기어비와 좋은 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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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ㆍ편의

에어백0개 기본

가죽시트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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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ㆍ공간
높이 1,330mm

너비 1,760mm
휠베이스 2,530 mm

길이 4,395 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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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ㆍ관리

유지 관점에서는 2.7보다 2.0이 우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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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함ㆍ문제점

리콜 및 무상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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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가치에 비해 확실히 저렴한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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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스카니, 이런 게 고민이세요?

Q. 고질병이 뭔가요?: 엔진과 하체 내구성이 훌륭합니다. 설령 삐걱거리는 소리가 날지라도 아주 싸게 고칠 수 있죠. 다만 BCM이라는 통합 모듈이 잘 나갑니다. 이상 유무는 방향지시등 작동으로 감지 가능. 보태어 뒤 펜더의 부식 이슈가 있으니 꼭 체크하세요.

Q. GL 기본/고급형 살 때 유의점은?: FL2 이전까지의 GL 등급들은 에어백이 한 개도 없었다는 걸 기억하세요. 그리고 GL에서는 ABS와 탠덤 부스터가 ‘선택 옵션’으로 운영됐던 것도 중요합니다. ABS 모듈은 엔진룸 내 잘 보이는 곳에 달려 있으니 탑재 여부를 쉽게 알 수 있겠죠?

Q. 2.0 6단 수동 모델은 어때요?: 다른 2.0이 5단 수동인 것과 달리 GTSⅡ는 아이치에서 공급하는 6단 수동변속기를 답니다. 그런데 이게 가속성 면에서는 큰 이점이 없대요. 대신 변속기 내구성이 5단 MT 대비 훨씬 좋다고. 뭐, 이 점 하나로도 분명 가치 있는 선택이지요.

Q. ‘스포츠카 할증’ 붙나요?: 네, 전고가 낮아 보험료의 스포츠카 할증을 피할 수 없습니다. 대신 차령이 10년을 넘겨 자동차세가 50% 할인됩니다. 보험료가 비싸다는 단점을 자동차세에서 보전할 수 있다는 거죠.

Q. 엘리사는 어때요?: 최고! 베타와 달리 알루미늄 블록이어서 프론트 무게 차이도 얼마 안 납니다. 작은 보디에 6기통 자연흡기 엔진 품어 소장 가치까지 있겠죠. 다만 서지탱크 위치 때문에 점화플러그나 타이밍벨트 교체 시 2.0보다 공임이 많이 나오는 게 단점입니다.

생김새만큼은 진정한 스포츠카

외부 디자인

"여전히 매력 뽐내는 사이드 라인"

정통 쿠페 스타일. 아반떼 XD와 플랫폼을 공유했지만 외관 만으로는 알아차릴 수 없습니다. 디자인 틀이 다르죠. 예를 들어 최근의 K3 쿱이나 아반떼 쿠페(MD)는 세단에서 문만 두 개 뗀 듯하잖아요? 반면 투스카니는 독자 모델 같은 느낌이 들죠. 전용의 ‘T’ 엠블럼과 창틀 없는 도어, 앞 펜더의 아가미(사실 막혀 있음), 듀얼 머플러와 리어 스포일러 등은 스포츠성 강조하는 아이템. 문짝 어깨 쪽에 마운트되는 플래그 타입 사이드 미러나 16~17인치 휠은 당시 그랜저 XG급의 사치스런 요소였습니다.

사실 공개 직후에는 카피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주유구는 아우디 TT의 것과 호환될 것처럼 닮았었고 전반적인 스탠스가 토요타 셀리카를 떠오르게 했거든요. 아울러 붕어 눈처럼 맹한 크롬 베젤 헤드램프가 ‘안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예나 지금이나 인정할 만한 부분이 명확히 존재합니다. 납작한 보디 라인이죠. 정말이지 옆모습 하나는 으뜸입니다. 가령 뒤이어 나온 제네시스 쿠페 실루엣은 투스카니보다 덜 매끈했습니다. 명차 투스카니, 이따금 포르쉐 911처럼 보인다고 말한다면 필자의 편애일까요?

2004년 9월에는 첫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나왔는데, 이건 마니아들 사이에서 현대 페라리로 일컬어질 만큼 잘생겼었습니다. 앞범퍼 공기흡입구를 찢고 헤드램프를 전체적으로 검게 처리해 인상이 확 강렬해졌죠. 뒤쪽은 테일램프 그래픽을 단순화함으로써 세련미 더했습니다. 아가미와 사이드 미러 디자인을 살짝 바꾼 것도 변화. 우리는 이 차를 으레 ‘FL1’이라고 불러요. FL1은 초기형에 적은 비용을 내면 개조가 가능한 게 장점입니다. 그러므로 초기형 중고차 살 때는 아예 개조된 걸 찾는 게 유리하다는 소리. 필자가 업로드한 사진 중 빨간 게 초기형, 은색은 FL1이니 서로 간의 차이를 살펴보세요.

내부 디자인

"직선 기조의 인테리어"

우스갯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고급스러움’은 출시 당시 투스카니의 키워드 중 하나였습니다. 사실 기본형은 저렴했지만 중간급(GTS)부터는 당시의 EF 쏘나타를 넘어 그랜저 XG 값을 위협했으니 그럴 만 했죠. 이런 까닭에 안쪽의 느낌은 2000년대 초반의 EF 쏘나타와 그랜저 XG의 감성품질과 닮아 있습니다. 적어도 싸구려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뜻. 우레탄 폼을 아낌 없이 쓴 도어와 대시보드라든가 두껍고 질긴 시트 가죽이 인상적입니다. 글러브 박스 안쪽에 부직포로 마감한 센스도 그랜저급부터 볼 수 있는 터치. 토크, 연비, 전압을 띄우는 센터페시아의 멀티게이지는 스포츠카 감성을 끌어올립니다. 토크 게이지는 거의 안 맞지만요.

디자인 자체는 철저히 직선 위주입니다. 대시보드는 수평으로, 센터페시아는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그려 차분하고 짐짓 심심하기까지 하죠. 직선 기조 속 원형 송풍구, 어색하기보다는 포인트로 다가옵니다. 운전대 디자인도 깔끔하고 레카로로부터 조언 받아 제작한 시트도 생김새와 지지력이 으뜸이에요. 바깥쪽과 마찬가지로 계기판과 사이드 브레이크 레버 등에서 아우디 TT 냄새가 나긴 하지만 크게 거슬리지 않습니다. 사실 그보다는 내장재 내구성이 얼마나 남아 있냐는 게 관건인 상황일 테죠. 어쨌든 나름대로 스포츠카 분위기 내고자 노력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연식과 FL 여부에 따라 내장재의 소소한 차이를 알아두면 중고차 고를 때 유리합니다. 일단 천장 색깔이 초기 출고분부터 2004년 8월까지는 검정이었습니다. BMW M 버전처럼 스포티한 분위기 내기 좋았죠. 반면 이후부터는 ABC 필러 내장재를 포함한 천장 전체가 회색으로 바뀌었고, 2006년 10월의 FL2에서는 필러들만 다시금 검정으로 돌아왔습니다. 초기형의 검정 천장이 스포티하지만 좁아 보이고, 후기형의 회색은 덜 갑갑한 대신 스포츠카 기운이 약합니다.

가죽시트도 조금씩 다릅니다. 초기에는 검정이었는데 FL1부터 다크브라운 가죽에 빨간 실밥으로 바뀌었어요. FL2부터는 레드팩으로 일컫는 새빨간 시트도 도입됐죠. 방석과 등받이 쪽만 직물인 건 GTS 전용의 것이었습니다. 중고차의 경우 시트를 이것저것 갈아 끼운 게 많으니 원래 달려 있던 건지 아닌지 파악할 때 도움 되시길 바라요. 한편 모델 등급과 연식에 따라 센터페시아 디자인도 다릅니다만 그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가속형 기어비와 좋은 섀시

최고출력 138~175마력

직선주행

"2.0은 언더파워, 2.7 추천"

가솔린 4기통의 베타 2.0과 V6 델타 2.7 두 가지 엔진 품었습니다. 변속기는 2.0의 경우 5단 수동을 기본으로 6단 수동과 4단 자동(쓰레기), 엘리사로 일컬어진 2.7은 아이치제 6단 수동과 4단 자동(쓰레기)이 물렸습니다. 판매의 대부분이 2.0 5단 수동이었고 자연스레 중고 매물도 그 조합이 많으므로 이번 모카의 기준은 2.0L 5단 수동으로 삼겠습니다.

베타 2.0의 경우 초기에는 138마력이다가 2002년에 가변 밸브 타이밍 기구(VVT)가 추가되면서 143마력으로 세졌습니다. 138마력형과 드래그하면 확실히 빨랐지만 오일 점도에 따라 VVT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지요. 재래식 엔진 주제에 은근 까탈스러운. 신기한 사실은 같은 2.0 VVT여도 초기형보다 FL2 출력이 더 높게 나온다는 것입니다. 다이노젯 기준, 초기형은 대충 115마력 정도, FL2는 약 120마력이 평균입니다. 아울러 초기형의 회전한계는 6,800rpm이었지만 FL1부터는 6,600rpm으로 낮아진 것도 포인트예요.

사실 투스카니는 2.0보다는 2.7을 권합니다. 2.0은 워낙 힘이 약해서요. 121마력의 아반떼 HD 감마 1.6 수동과 드래그하면 투스카니 2.0 수동이 지기 일쑤였습니다. 믿기 힘들겠지만 진짜였죠. 1,330kg의 덩치와 구식 엔진의 한계. 베타는 고회전에서 영 힘이 안 나거든요. 그래도 5단 수동의 좋은 변속감과 기어비는 스포츠 드라이빙 연습용 자동차로서의 가치를 높입니다. 기어비는 2단 레드존에서 시속 95km가 나오고 5단 3,000rpm에서 100km/h일 정도로 가속형입니다. 바삐 변속하며 달릴 맛이 나죠. 그런데 엔진 힘이 너무 약합니다. 회전수 올려도 소리만 커지는 느낌. 0→100km/h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대충 10초 정도이고 최고시속은 계기판상 평지 215km, 내리막 225km/h 나옵니다. 만약 이보다 덜 나온다면 파워트레인이 제 컨디션 아닌 거예요.

2.7 엘리사는 에엥거리는 V6 특유의 사운드가 매력이고 저회전 토크가 좋아 일상에서 탈 때도 재미있습니다. 매물의 대부분이 5단 수동인 2.0(GTS Ⅱ만 6단 수동)과 달리 2.7은 디폴트가 6단 수동인 것도 메리트. 베타는 주철이고 델타는 알루미늄 블록이라 두 엔진 무게 차이도 얼마 안 나요. NA 튜닝하는 맛도 좋습니다. 베베 꼬여 있는 매니폴드만 바꿔도 출력이 한껏 오르죠. 마진이 많다는 걸 방증하는 겁니다. 아울러 배기 계통을 제대로만 튜닝하면 정말 좋은 소리를 선사합니다. 기억하세요. 투카는 무조건 엘리사.

곡선주행

"살짝만 손질하면 좋은 운동성으로 보답"

티뷰론에 비해 비틀림 강성이 세진 것이 투카의 최고 장점입니다. 스티어링이 요즘 흔한 전기모터식이 아닌 유압식이라 운전대 감각이 선명한 것도 반갑죠. 순정 상태의 차고가 1,330mm로 납작하고 언더스티어 세팅으로서 몹시 안정적으로 움직입니다. 댐퍼가 터지지 않고 하체의 각종 고무 부품들이 제 성능을 낸다는 전제가 있다면 고속안정성과 회두성을 기대해도 좋습니다. 최신의 웬만한 차보다 나을 정도예요.

만약 공도(와인딩)용이 아니라 트랙용으로 쓸 거면 앞 타이어를 10mm 정도 넓게 끼우는 걸 추천합니다. 순정이 좋게 말해 안정적인 세팅, 나쁘게 말하면 필요 이상의 언더스티어라 뒤가 노면에 끈적거리며 붙어 있어요. 즉 요를 만들기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코너 정점 지나서 가속 페달 밟으면 라인이 그에 비례해 부풀어 버립니다. 이러면 재미 없죠. 초도 잘 안 나오고요. 언더스티어에 시달리게 됩니다.

스핀턴이 절~대 안 될 만큼 리어 쪽이 든든한 세팅이니 뒤가 잘 흐를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랩타임 잘 뽑는 비결입니다. 아, 경험 상 초기형보다는 FL1이 요 만들기 편하긴 했었습니다. 추정컨대 침묵의 개선이 실시된 듯. FL2는 제대로 못 타봐서 모르겠고요.

2.0 순정 서스펜션은 아반떼 XD보다 살짝 단단한 수준이라 댐퍼와 스프링 튜닝이 필수처럼 통합니다. 보디 롤(좌우 기울어짐)도 적지 않고 브레이킹 때는 노즈 다이브가 심해 뒤 댐퍼가 뽑혀버릴 듯한 정도예요. 아마 지금 순정 상태 중고차 구입한다면 100% 댐퍼 터졌을 테니 애프터마켓 걸로 교체하거나 엘리사용 삭스 댐퍼로 갈아타길 권합니다. 참고로 삭스 댐퍼는 부품값이 20만원 안쪽입니다. 만도가 생산하거든요.

필자도 예전에 투스카니 타면서 이런저런 댐퍼와 스프링을 많이 달아봤었는데요. 공도에서 최고는 빌스타인제 B12 컵킷이었습니다. 언더스티어는 살짝 더 생기지만 승차감이 순정보다 낫고, 고속안정성은 요즘 나오는 그 어떤 현대 기아차보다 좋아지더군요. 칼질할 때 스퀼음 내도 될 만큼 차가 바닥에 쫙 붙었어요. 슬라롬 같은 연속 동작에서 몸을 추스르는 속도도 아주 빠릅니다. 물론 트랙 전용이라면 코일오버로 가는 게 좋습니다. 댐퍼 딱딱하고 스프링 레이트 높은 걸로요. 앞 12kg, 뒤 10kg 정도? 보디 강성이 좋아서 이 정도의 스프링 레이트도 잘 받아 냅니다.

마지막으로 브레이크 얘기. 2.0의 순정 브레이크가 좀 밀린다는 평이 있습니다. 이를 만회하고자 그랜저 XG용 2피스톤 캘리퍼에 12.6인치 로터로 프론트 브레이크를 튜닝하는 케이스가 많죠. 필자가 ‘비추’하는 튜닝입니다. XG용 캘리퍼가 상당히 무거워서 서스펜션에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로드홀딩과 승차감이 나빠지니까요. 차라리 이보다는 엘리사용 알루미늄 1피스톤 대용량 캘리퍼를 추천합니다. 애프터마켓 스포츠 패드가 더러 나오고 2.0 순정의 주철 캘리퍼보다 가벼운 것도 메리트예요. 아니면 아예 모노블록 캘리퍼 올리는 것도 좋지요. 참, 순정 브레이크 액은 DOT 3 규격이라 잘 끓어오르니 반드시 DOT 4 이상으로 교환하세요. 쉐보레 라세티 프리미어 순정(순정이 DOT 4예요)을 쓰면 저렴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성능 비교

모델

바이크보다 안전한 데서 위안을

에어백 0개 기본

가죽시트 옵션

안전장비

"운전석 에어백은 GT 기본형부터"

15년 넘은 차, 그것도 스포츠 모델에서 안전을 기대하는 거 자체가 무리입니다. GL 기본형과 고급형에는 에어백이 한 개도 없었고 GT 기본은 운전석만, GT 고급부터 조수석 에어백이 들어갈 정도로 안전에 인색했습니다. 커튼에어백은 아예 없었고 엘리사 정도 돼야 시트 사이드 에어백을 구경할 수 있는 수준. 심지어 GL 모델들에서는 ABS도 100만원에 이르는 옵션이었습니다. 초기형은 요즘 기본화된 차체 자세 제어장치(ESC) 없이 TCS가 전부였죠. 그냥 속 편히 ‘바이크보다는 안전하다’고 생각하시기를.

편의장비

"CD는커녕 카세트 테이프 데크 달린 게 수두룩"

‘전무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입니다. GTS 기본형까지는 직물시트이고 엘리사는 돼야 오토에어컨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GL까지는 오디오에 CD 데크 없이 카세트 테이프만 들어가고 시트 가죽은 GTS 고급형부터 달렸죠. 결국 투스카니에서는 전동접이식 사이드 미러나 열선 시트만 달려 있어도 옵션 다 달린 거라고 봐도 됩니다. 마음 비우세요.

안전ㆍ편의 비교

모델

의외인 트렁크 쓰임새

소형 쿠페 사이즈예요. 길이×너비×높이 4,395×1,760×1,330mm로 최신 준중형 쿠페 K3 쿱(4,530×1,780×1,410mm)보다 확실히 콤팩트합니다. 그래도 운전할 때는 앉을 만합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앞뒤 이동 거리가 길고 T자형 대시보드 덕에 무릎 쪽이 끼지 않아요. 다만 선루프 적용 모델은 천장이 더욱 낮아져 다소 갑갑합니다. 헬멧 쓰고 달릴 때는 꽤 불편할 수 있으니 그런 분들은 썬루프 없는 차를 찾으시길. 한층 센 보디 강성과 무게 중심 저감은 덤입니다.

예상 밖의 장점은 트렁크입니다. 활용성이 전 세계의 쿠페 중 으뜸. 생김새와 달리 트렁크가 해치백처럼 유리까지 한꺼번에 열리는 까닭입니다. 입구가 커서 큰 물건 싣기 좋고, 리어 시트가 5:5로 접혀서 이케아 쇼핑도 소화할 수 있습니다. 참, 뒷자리는 그냥 없는 격입니다. 레그룸이 아주 작고 머리 쪽 공간도 없으므로 성인 남자가 10분 이상 앉기 힘듭니다.

높이 1,330mm
너비 1,760mm

휠베이스 2,530mm
길이 4,395mm

크기ㆍ질량

길이(mm)	4,395
윤거(전)(mm)	1,490
너비(mm)	1,760
윤거(후)(mm)	1,490
높이(mm)	1,330
공차중량(kg)	1,318
휠베이스(mm)	2,530
승차정원(인)	4

유지 관점에서는 2.7보다 2.0이 우월

실연비 9~11km/L

베타 엔진 내구성 우수

보증기간 종료

델타 엔진 비교적 나쁜 정비성

연비

2.0 VVT 수동은 11km/L 정도 나옵니다. 2.7 엘리사 수동은 9km/L 수준. 둘 다 기어비가 워낙 짧고 최종감속비도 높아 생긴 결과. 특히 델타 엔진은 유독 효율이 나쁘다는 걸 기억하세요. 여기에 4단 AT까지 물려 있다면 처참합니다. 변속기가 출력을 줄줄 흘린 채 가속하는 까닭이죠. 강조하건대 4단 AT 달린 차는 절대 사지 마세요!

정비

2.0 베타 엔진은 내구성이 참 좋습니다. 약간 오버 엔지니어링 돼 있어요. 커넥팅 로드가 워낙 튼튼해서 터보 달아도 휘거나 부러지는 법이 없습니다. 피스톤도 웬만한 빅터빈 아니면 그대로 써도 돼요. 주행거리 길어질수록 제 출력이 안 나오는 듯하지만 요즘 나오는 직분사 엔진들처럼 치명적인 문제점이 없는 게 마음 놓입니다. 부품값도 워낙 저렴하고 구조가 ‘재래식’에 가까워 정비도 용이합니다.

2.7 델타 엔진도 검증된 유닛. 다만 2.0에 비하면 정비성이 나쁩니다. 가령 점화플러그 갈려고 하면 앞쪽 3개는 간편하지만 안쪽 3개는 서지탱크를 탈거해야 합니다. 결국 8만~10만km마다 타이밍 벨트 갈 때 50만~70만원 깨져요. 아이치제 6단 수동변속기의 오버홀 비용도 2.0의 5단 수동(국산)보다 조금 더 들고요. 그럼에도 요즘 나오는 차들에 비하면 정비비가 저렴한 게 사실입니다. 특히 하체 쪽 수리비가 참 싸게 먹히죠.

보증기간

보증기간 논하는 건 무의미합니다. 2001년 출시, 2008년에 단종됐으니 AS 남은 차는 단 한 대도 없습니다.

리콜 및 무상수리 -

"부식 문제 및 소소한 잔고장들 체크"

리콜이나 무상수리 얘기는 패스. 현 시점에서 중요한 일이 아니니까요. 가장 중대한 문제는 뒤 펜더가 썩는 겁니다. 구조적으로 뒤 펜더 안쪽에서 배수가 잘 안 되고 방청 수준도 낮아 서서히 부식되는 것. 따라서 투스카니 중고차 살 때는 뒤 펜더 상태 아주 잘 봐야 합니다. 아울러 차를 띄운 뒤 하체도 썩은 데가 없는지 확인하세요. 멤버 정도야 갈면 되지만 멤버가 마운트되는 차대가 부식된다면 복원 불가입니다. 투카에서는 무사고보다 더 중요한 판가름 요소예요.

이밖에 소소한 고질병이 좀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1) 선루프 있는 모델은 물이 샐 수 있어요. 원인은 유리 주변 고무 내구성이 나쁜 것. 육안 상 고무가 울었다면 간단히 교체해 처리될 일입니다. 부품가는 3만원 선.

2) 파워 윈도 모터가 잘 망가집니다. 유리가 무거워서 그렇다고 합니다. 이 역시 DIY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투카는 문짝 뜯기가 쉽습니다. 귀찮으면 블루핸즈에 맡기세요. 얼마 안 나옵니다.

3) 실내 조명 광원이 대부분 필라멘트 전구입니다. 계기판 빼고. 그래서 곳곳에 불 안 들어오는 데가 있을 겁니다. 공조기 쪽은 전구 한 개당 800원 정도에 살 수 있지만 다른 부분은 버튼 통째로 갈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비싼 버튼은 2만원 넘기기도 하니까 실내에 불 나간 데 없는지 살펴보세요.

4) 보디 콘트롤 모듈(BCM) 문제. 이게 나가면 깜빡이 안 들어옵니다. 새걸로 갈면 40만원 정도가 듭니다. 그러니까 중고차 살 때 무조건 깜빡이 켜보세요. 안 들어오면 40만원 DC 고고.

가치에 비해 확실히 저렴한 가격

출시 초기에는 1,400만원 대 ‘GT 기본’이 엔트리였지만 판매가 신통치 않자 GL 등급이 추가됐습니다. 이로써 가장 저가 트림인 ‘GL 기본’은 고작 1,100만원 대였어요. 대신 흔해 빠진 ABS도, 에어백도, 안개등도 없었고 심지어 바퀴는 15인치 스틸휠이었죠. 여담이지만 만약 지금도 나온다면 새 거 사서 싹털한 뒤 트랙용으로 만들면 최고일 듯.

가장 많이 팔린 건 ‘GL 고급’이었습니다. 리어 스포일러와 선루프가 기본이고 값도 1,200만원 후반이라 합리적이었죠. 여기에 89만원 내고 탠덤 부스터와 ABS 넣는 게 ‘가성비’ 킹. 반면 2.7 엘리사는 지금 기준으로도 만만치 않은 가격(약 2,400만원)이었어요. 6기통 엔진과 6단 수동변속기, 삭스 댐퍼와 알루미늄 캘리퍼, 17인치 휠과 파일럿 스포츠 타이어가 기본이었다는 걸 감안해도 비쌌습니다.

근데 지금 와서 새차 값 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중고차 얼마인지가 관건이죠. 매물들 보면 싼 건 100만원 아래부터 비싼 건 400만원까지 시세 형성됐습니다. 400만원짜리는 무빵에 주행거리도 짧고 실내외도 깨끗한 애들로서 일종의 특수 케이스. 대개는 2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습니다.

만약 투카살 때 엉성한 100만원짜리 사서 싹 고치는 게 나은지, 아니면 400만원짜리 깔끔한 거 사는 게 나은지 묻는다면 필자의 선택은 전자입니다. 100만원에 지른 뒤 엔진 변속기 오버홀하고 하체 싹 리프레시해도 400만원 안 들기 때문. 남는 돈으로 하체 튜닝하고 롤케이지 박으면 전투력 높은 트랙용 머신이 될 겁니다. 다른 차 박아버리고 버지 속에서 뒹굴어도 마음 안 아플 거예요. 여러 모로 투카는 예나 지금이나 가성비 최고의 스포티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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