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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이 없다. BMW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 630i GT 시승기

2023.09.22 유현태

BMW의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라인업, 6시리즈 GT를 시승했다.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는 전 5시리즈 GT의 후속 차종이다. 5시리즈와 디자인과 네이밍을 공유한 바 있지만, 7시리즈의 플랫폼을 공유한다. GT라는 수식어에 맞는 스포츠성과 실용성을 강조한게 특징이다. 일례로 프레임리스 도어와 액티브 스포일러등 4도어 GT의 조건을 갖추면서도, 실용성이 뛰어난 넓은 실내공간과 활용성을 추구하는 해치게이트가 접목되어 있다. 장거리 여정에 특화되어 있는 패키징이다.

그란투리스모란 장거리 주행에 특화된 스포츠카를 지칭하는 이탈리아의 고유명사다. 수많은 기업들이 'GT'라는 표현만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그 성격이 희석된 경향이 있다. 세단 태생의 6시리즈도 어원에 부합하는 그란투리스모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란투리스모'만큼 6시리즈의 성격을 정확히 짚어주는 표현도 없다. 6시리즈의 디자인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역시 측면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샤프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프레임리스 도어와 늘씬하게 뻗어 있는 C필러 라인은 차체가 굉장히 길어 보인다.

6시리즈의 전면 디자인은 5시리즈의 세단과 유사하면서도 차이점이 분명하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마치 8시리즈처럼 날렵한 프레임을 갖추고 있고, 헤드램프 디자인도 훨씬 역동적인 윤곽선을 지닌다. 해당 차량은 럭셔리 라인으로 범퍼의 디자인은 깔끔한 형태다. 실물로 보면 키드니 그릴을 강조해 주면서 마치 상어처럼 코가 돌출된 실루엣을 표현해 준다. 어떻게 보면 공통점은 'ㄴ'자 형태의 쿼드램프 그래픽밖에 엿보이지 않는다. 명칭으로나 가격대로나 6시리즈는 5시리즈의 상위 차종이지만, 오히려 보수적이고 단정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건 5시리즈다.

그만큼 6 GT는 진보적인 소비자를 위한 자동차였다. 세단의 틀에서 벗어났지만, 세단의 장점을 수용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SUV나 스테이션 왜건의 공간 활용성이 부럽지 않다. 가정이 있다면 쾌적한 2열 거주성으로 가족들을 설득할 수 있고, 혼자 탄다면 BMW의 유쾌한 스포츠성으로 드라이빙의 재미를 자극해 볼 수도 있다. 그렇듯 사실상 대체재가 없는 형식의 차종이다. 특별한 매력이 있는 자동차다. 그렇다고 스타일 감각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무난하고 흔한 5시리즈보다 날렵하고 희소성 있는 디자인이 매력적일 수 있다.

정말 흥미로운 점은 BMW 답지 않게 편안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이었다. 디자인은 5시리즈보다 날렵하지만, 승차감은 오히려 더 편안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특히 시승차량은 630i 럭셔리 트림으로 직렬 6기통 엔진의 매끄러운 회전 질감이 인상적이었다. 프레임리스 도어를 갖추었음에도 큰 엔진 소음이 유입되지 않는다. BMW라 하면 딱딱하고 무거운 핸들링 감각이 떠오르지만 6 GT는 일반적인 감도를 지녔다. 전장이 5m를 넘어설 정도로 상당히 길다. 하지만 약간의 오버스티어로 느껴지는 회두성이 꽤나 경쾌한 주행감을 선사해 준다.

선택할 수 있는 가솔린 모델 중에서는 엔진 출력이 낮은 편임에도 직렬 6기통 엔진의 파워는 강렬하다. 공차중량이 1.9톤을 넘어서는 육중한 무게를 지녔지만, 40.8kg.M의 토크는 차체를 가볍게 이끈다. 258마력의 힘으로 고속까지도 탄력을 잃지 않았다. 특히 고속에서는 사운드 제너레이터의 소리가 긴장감을 자극해 주기도 한다. 스티어링 휠도 묵직해지니 고속에서의 직진성과 안정성은 영락없는 BMW가 맞다. 게다가 묵직한 무게에 액티브 스포일러까지 탑재되어 있어 도로 노면을 움켜쥐고 가는 듯 끈끈한 트랙션이 즐거움을 선사했다.

보통 BMW의 소형 승용차를 시승하면 체급 대비 묵직하고 안정적인 주행감이 매력이었다. 반면 E세그먼트급 이상의 준대형 차량을 몰면 체급대비 가볍게 느껴지는 주행감이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듯 하다. 다운시프트와 함께 엑셀을 깊게 밟으면 차량은 정말 경쾌하게 튀어나갈 수 있고, 스티어링 휠을 빠르게 감으면 긴 휠베이스를 의식하지 않는 듯 빠른 응답성을 보여준다. 다시 컴포트 모드로 주행하면 주행감각은 다시금 여유롭고 편안해진다. 6시리즈의 특징이라 하면 적재하중을 감안하여 후륜 스프링에만 에어챔버를 적용했다.

인테리어 디자인은 5시리즈를 빼닮았다. 사실 초기 G바디 BMW 세단들은 대시보드 레이아웃이 다 비슷하기도 했다. 버튼이 많아 눈으로 보기에 깔끔해 보이진 않지만, 실제 사용성은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최신 BMW보다 낫다는 확신이 있다. 터치 디스플레이는 12인치 크기인데 실내 공간이 워낙 넓다 보니 사진상으로 작아 보인다. 실제로 보면 센터 디스플레이의 크기도 확실히 크고, 터치감도 만족스럽다. 그리고 BMW는 무엇보다 플로어 시프트 타입의 기어노브로 변속을 해야한다. 최근의 토글 방식 기어 셀렉터는 감성적인 측면이 아쉬운 부분이다.

럭셔리 라인이라 평범한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과 우드트림 내장재가 적용되었다. 우드트림 사이로 점등되는 고급스러운 엠비언트 라이트는 어두운 곳에서 봐야 진가가 느껴진다. 주간에는 밝기가 다소 아쉬웠다. 물론 너무 밝으면 철저히 드라이빙의 관점에서 좋을 게 없으니 BMW다운 모습 같기도 했다. 1열 공간이야 5시리즈와 같이 웬만한 편의 장비는 전부 있고, 시트도 편안하다. 차이는 2열이다. 보통 그란투리스모라 하면 2열 공간을 희생 시킨다는 개념이 큰데, 6 GT는 오히려 전동식 리클라이닝과 선 블라인드 등 편의성을 강화한 게 특징이자 강점이다.

양측 창문을 한자리에서 조절할 수도 있다. 고급스러운 내장재와 편안한 시트, 그리고 'GT' 로고가 각인된 가니시까지 부착된다. 해치게이트를 열면 드넓은 트렁크 면적에 놀랄 수밖에 없다. 물론 SUV에 비해 높이는 낮더라도, 바닥면이 GT 만큼 넓은 SUV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6시리즈의 매력에 매료된다면 좀처럼 헤어 나오기 어렵다. 분명 스포츠성을 지향하는 날렵한 디자인과 프레임리스도어, 스포일러를 갖고 있지만 목적은 패밀리 세단과 같다. 일반적인 5시리즈 대비 편안했던 승차감과 정숙성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6시리즈 그란투리스모는 BMW를 소유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상에 완벽한 차는 없는 법이다. 정통 BMW의 딱딱한 주행감이나 세단의 프라이빗 한 느낌은 부족하고, 또 가격대도 높게 포진해 있다. 그래도 대안이 없는 차종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 특히 스포츠 성향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세단 중에서는 최고의 공간 활용성을 지니고 있다. 만약 일생에서 한 대의 자동차만을 소유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6 그란투리스모는 가장 매력 있는 선택지 중 하나라는 결론이다.

유현태

naxus777@enc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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