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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7시리즈 740i xDrive M 스포츠 패키지를 장기간 시승했다. BMW의 플래그십이다. '플래그십'은 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을 의미하며, 7시리즈는 전장이 5.3m를 훌쩍 뛰어넘는 F 세그먼트 급 세단이다. 7시리즈가 지닌 거대한 덩치에는 BMW가 갈고닦아온 숙련된 기술력과 디자인 철학을 역량 것 담아낼 수 있다. 21세기는 바야흐로 크로스오버의 시대라 표현하지만, 그다지 합리성이 중요하지 않은 플래그십 장르에서는 그저 세단의 고유한 격식이 멋스럽다.

플래그십은 한 브랜드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특히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성장해온 BMW를 비롯한 독일 브랜드들은 세단 시장에서의 신경전이 치열했다. SUV의 강세로 인해 그 절대적인 판매 비중이 높지는 않더라도, 상징성이 주는 힘 하나만으로 브랜드의 가치가 새롭게 평가되고는 한다. 단, 반대로 말하면 플래그십의 모델 체인지는 기업의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와중에도, 플래그십의 모델 체인지 주기가 온다면 당사는 분명한 혁신기술을 대중들에 선보여야 한다. 기대 심리는 나날이 강해져만 간다.

그런 환경 속에서 BMW는 때때로 급진적인 변화를 보여줘왔다. 특히 2001년, 플레임 서피스 철학을 표현했던 크리스 뱅글의 E65 '7시리즈'는 혁신의 상징과 같았다. 해체주의 성향의 디자인과 인포테인먼트 혁신으로 단번에 자동차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다. 재래식 자동차 산업의 기술력이 한계치에 다다른 2002년, BMW가 새롭게 공개한 G70 7시리즈도 대중들에게 또 한 번의 충격을 남겼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완전히 재해석한 디자인, 물리 버튼을 최소화한 8세대 인터페이스, 8K 시어터 스크린 등 평가를 떠나 '화제성' 하나만큼은 전 세계가 괄목했던 변화였다.

시승 차량은 BMW 740I에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사양이다. 두꺼운 크롬 파츠 대신 입체감을 강조한 범퍼 디자인으로 스포티함이 강조된다. 이번 7시리즈의 디자인에서 가장 큰 특징은 분리형 헤드 램프가 아닐까 싶다. 기존 BMW의 엔젤아이가 차체 상단부의 DRL 형식으로 분리되었고, 메인 헤드램프 모듈은 범퍼 바로 윗부분에 배치된다. 범퍼 깊숙이 자리 잡은 헤드 램프는 의도적으로 숨겨진 모양이다. 쿼드 타입 DRL이 더욱 강조되는 계기, 다만 그 디자인의 배치가 일반적이진 않다 보니 첫인상은 거부감이 있었던 기억이다.

하지만 오래 볼수록 만족감이 높아지는 것이 차세대 BMW의 스타일링 기법이다. 원래도 거대한 덩치를 지닌 차체에, 상단에 자리 잡은 DRL 배치는 7시리즈의 분위기를 더욱 높고 웅장해 보이도록 유도해 준다. 마치 롤스로이스 고스트를 연상시키는 보닛 파워돔 라인도 플래그십 세단의 격식을 더한다. 또 한 가지, 싱글프레임 키드니 그릴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점차 확대되어 가던 키드니 그릴의 크기가 역대 최대 크기로 커졌고, 그 테두리를 감싸는 아이코닉 글로우 라이팅이 그 어느 브랜드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측면 디자인도 일반적이지 않다. 그야말로 비범하다는 표현이 제격, 특정한 캐릭터 라인 없이 두꺼운 바디 패널과 DLO 라인이 그대로 강조되고 있다. 도어 캐치까지 플러시 타입으로 디자인한다. 어떻게 보면 단조로움이 느껴질 수 있는 스타일링 기법이지만, 역시 7시리즈의 웅장한 덩치가 오히려 주변 분위기를 압도한다. 특히 길게 뻗어있는 보닛과 짧게 끊긴 트렁크 리드, 굵직하게 꺾여 있는 C 필러 라인이 순수한 고급차의 멋을 상기하게 만든다. 두꺼운 크롬 익스테리어 라인과 20인치 블랙 휠 또한, 정통파 세단의 분위기에 어울린다.

굳이 따지자면 후면 디자인까지도 일반적이지 않다. 테일램프의 배치가 통상적인 세단에 비해 높게 자리 잡은 모습이다. 그리고 이전 모델에 비해 그래픽이 더욱 얇아진다. 그러한 이질감은 역시, 7시리즈만의 존재감으로 전환된다. 넘버 플레이트를 차체 하단부 범퍼로 옮기고, 차체 하단부 테두리를 크롬 소재로 강조한 것도 덩치를 더욱 커 보이게 만든다. 차세대 7시리즈의 디자인을 멀리서 보면 '간결함' 그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각 소재의 세밀한 그래픽이나 작동 방식, 마감 품질을 보고 있으면 단순함은 오히려 정교함의 반증이 되는 셈이다.

디지털 친화를 핵심 키워드로 하는 실내 디자인이다. 인테리어 구성 요소 하나하나가 고급스러운 품질을 갖추고 있다. 특히 스와로브스키와의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한 크리스탈 기어노브나 Idrive 다이얼, 시트 조작 레버까지 정교함과 화려함이 느껴진다. 메리노 가죽 시트나 우드 트림 대시보드, 각종 가죽이나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도 럭셔리 세단 다운 면모, 무엇보다 차세대 7시리즈의 '인터렉션 바'가 전하는 다채로운 실내 분위기는 하나의 '혁신'으로 받아들일만 하다. 트렌드로 자리 잡던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를 넘어서는 액세서리다.

12.3인치와 14.9인치 병렬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인터페이스도 더욱 미래적인 심미성과 사용성을 제시해 준다. M스포츠 패키지 전용으로만 제공되는 신형 스포츠 스티어링 휠도 차세대 7시리즈의 세련된 분위기에 제격이다. 그렇듯 일일이 나열하면 모든 부분에서 정교한 플래그십 세단이고, 버튼 하나하나를 조작하며 느껴지는 부드러운 피드백이 진실한 감성을 전달한다. 1열 안마시트는 물론, 바워스&윌킨스 서라운드 사운드 등 온갖 편의 장비는 기본이다. 편의 장비의 '격'을 달리하는 장비는 역시 주변 사물을 인식해 주는 오토매틱 도어가 아닐까 싶다.

오토매틱 도어를 활용하면 원격으로 차량 문을 개방할 수 있다. 실내에서도 터치 한 번으로 도어를 닫을 수 있다. 당연히 운전석에서 뒷좌석 도어를 터치 한 번으로 개방해 줄 수 있다. 플래그십의 핵심은 아무래도 2열 공간이다. 전동 리클라이닝과 통풍/열선, 그리고 안마 기능 등 모든 편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전동식 롤러 블라인드와 인터렉션 바 등 도어 캐치의 스크린에서 터치 한 번으로 모든 실내 분위기를 전환한다. 본질적으로 시트의 착좌감이나 질감 자체가 일반 승용차와는 격이 다르다. 트렁크는 잔여 공간 없이 계단식으로 확장된 모습이다.

7시리즈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는 쇼퍼 드리븐 세단의 핵심이다. 1열 조수석 시트를 접고, 상석 풋 레스트 및 레그 서포트를 펼쳐 마치 비행기의 일등석을 묘사한다. 의전용도로도 손색이 없다. 또, 듀얼 모니터의 개념을 넘어선 '8K 시어터 스크린'은 무려 31인치의 화면 크기를 보여준다. 스크린 각도 조절은 물론 터치 방식으로 동작하며, ESIM이나 서비스 가입을 통해 원하는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시어터' 모드에서는 글래스 루프 등 모든 전동 블라인드가 작동하고, 4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다시 운전석에 앉아 브레이크를 밟으면 전동으로 문을 닫아준다. 벨트를 체결하면 이지 액세스 시트가 원위치되고, 센터 콘솔의 시동 버튼을 누르고 변속기와 파크 어시스트 버튼까지 자연스러운 조작이 가능하다. 차세대 7시리즈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표준으로 하여, 엔진 시동 질감이 상당히 부드럽다. 엔진룸과 철저히 분리된 실내 공간은 정적이 흐른다. 딱 아이들링 상태라는 점만 파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실제 주행 중에는 48V 기반 오토 스타트 스톱의 개입도 만족감이 높았다. 기어를 R 단에 두면 자동 조향을 통한 출차를 지원한다.

740i에는 배기량 3.0L급 직렬 6기통 트윈 스크롤 타입 싱글터보 가솔린 엔진이 채택된다. 최고출력 381Hp, 최대토크 55.1kg.m 수준의 파워를 탑재한다. 변속기는 역시 ZF의 8단 토크컨버터, 다판 클러치 방식의 상시 4륜 구동을 지원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초반 가속이나 항속주행에서 최대 18마력의 힘을 보조해 준다고 했다. 이는 연료 소모량이 큰 시점에서 발진 성능을 보조하며, 2260Kg에 달하는 거대한 덩치에 10.4Km/L라는 훌륭한 효율성을 구현해 주었다. 제조사 인증 제로백은 5.1초로 강력한 펀치력까지 겸비한다.

차세대 7시리즈는 엔진, 변속기, 섀시 등 구동계와 편의 장비의 조합을 활용하여 '마이 모드'를 지원한다. 익숙한 '에코'와 '스포츠' 모드가 있고, 그 외에는 컴포트 세팅을 바탕으로 실내 분위기를 변화시켜 주는 느낌이다. 가장 화려한 실내 구성은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과 보랏빛 앰비언트 라이트의 화사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디지털 아트' 모드라고 여겼다. 기본적인 승차감은 부드러움과 안정감이 교차한다. 어댑티브 댐퍼와 에어 스프링으로 조율한 서스펜션, 노면 충격을 잔잔하게 흡수하면서도 격한 움직임에서는 무거운 중량으로 리바운드를 억제한다.

저속에서 스티어링 휠은 약간의 가벼움에 편향된다. 대신 서보트로닉 기능을 통해 고속에서는 무게감이 높아지며, 주행 안정감이 개선된다. 보통 플래그십 세단 특유의 승차감은 고속 선회에서의 안정감이 매력적이다. 긴 휠베이스와 높은 차체 강성을 바탕으로 하는 7시리즈의 안정적인 코너링 감각도 인상적이다. 그런데 타이트한 코너에서도 예상보다 기민한 움직임을 보여준다는 점이 특이했다. 실제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기능이 뒷바퀴까지 역위상 조향을 지원하기 때문에, 그 회전반경이나 거동 특성이 더욱 세밀해진다.

시종일관 조용하고 부드러운 엔진 필링이 플래그십의 '격'과 같다. 특히 엑셀을 밟아 두터운 토크감으로 속력을 올려도 불쾌한 부밍 사운드는 거의 유입되지 않는다. 사실 출력 자체가 넉넉해 RPM을 높여 쓸 경우도 적고,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도 완벽한 차단이다.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에코'모드에 두고 주행을 할 때 가속감이 더욱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엔진 반응성이 컴포트 모드와 크게 달라진다. 무엇보다 7시리즈의 거대한 덩치를 마음 놓고 굴려보아도 1L당 10Km를 가볍게 상회한다는 효율성이 놀라웠다.

플래그십 세단의 용도에 어울리진 않지만 BMW에서 스포츠 모드를 빼놓을 수 없다. 클러스터에는 RPM이 강조되고 붉고 파란빛이 교차되는 실내 앰비언트 라이트가 인상적이다. 스티어링 휠은 기본 무게감이 생겨나고, 가감속에 대한 리스폰스가 확실히 예민해진다. 380마력이 전개하는 출력은 여유가 넘쳐난다. 시속 100km를 상회하는 순간에서도 펀치력은 전혀 둔화되지 않는다. 패들 시프트의 저단 변속을 꾹 누르면 부스트 모드가 작동한다. 순간 출력을 최대화하는데 그 속도계가 상승하는 속도에 대비해 실내 공간은 평온하기만 하다.

어쩌면 감성적으로 아쉬운 점일 수도 있는 억제된 사운드다. 아무렴 고속의 영역에서도 불안감이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 플래그십은 확실히 다르긴 하다. 다시, 스포츠 모드에서 놀라웠던 점은 섀시 안정성이다. 기존까지 부드럽게 충격을 흡수하던 에어 서스펜션은 전고를 최저 수치로 낮추고, 감쇠력을 큰 폭으로 높여 롤링을 최소화한다. 여전히 노면 충격 자체는 부드럽게 걸러주는 편이지만, 차량을 조향할 때 느껴지는 피드백은 완전히 다른 세팅이다. 흔들림이 아예 억제되는 느낌, 약 2.3톤의 중량을 더욱 쉽고 경쾌하게 다룰 수가 있었다.

결국 전체적으로는 훌륭한 크루징 성능이 7시리즈의 진가라 느꼈다.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해 주는 섀시와 고요하고 매끄러운 가속감, 운전의 재미도 좋지만 2열 탑승객이 느끼는 승차감도 핵심 요소가 된다. 특히 이번 7시리즈는 LWB와 SWB가 통합되면서 단일 휠베이스로 출시되었다. 기본적으로 '쇼퍼' 성향을 띨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고속 주행은 물론, 시내 주행에서도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는 주행에 대한 편리함을 키웠다.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정전 감지식 센서를 품고 있기도 하다.

앞서 서술해온 내용처럼 7시리즈의 디자인은 '존재감'그 자체다. 비율적으로, 형태적으로 전형적은 멋스러움을 택하기보다는 타 차량과 차별화된 독창성을 제시한다. 급진적이 변화라고는 하지만 누가 보아도 BMW는 맞다. 주변을 압도하는 버티컬 키드니 그릴이나 쿼드 타입 DRL,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도 담대한 모습으로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강조해 주는 모습이기도 했다. 장시간 주행하면서 사용했던 오토매틱 도어나, 각종 웰컴 기능, 최신화를 거친 디지털 UI 등 플래그십 자체의 편의성과 브랜드의 비전이 공존하는 집약체와 같다.

BMW의 7시리즈 740I M스포츠 패키지를 장기간 시승했다. 플래그십 세단에 대한 기대치는 당연히 충족하는 모델이다. 안락함과 편안함, 특히 고강성 차체가 전해주는 안정감이 인상적이었다. 전자제어로 작동하는 모든 기능들은 탑승자의 편의에 치중한다. 그리고 디지털 UI와의 호환성이 훌륭하다. 그리고, 흥미가 끊이지 않는 플래그십이었다. 본래 플래그십 세단은 그 목적성이 분명하다 보니, 여러 브랜드의 제품성 자체는 비슷해지는 경향이 생긴다. 그럼에도 7시리즈는 BMW만의 혁신주의가 잘 느껴지는 차량이었다.

글/사진: 유현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