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ar

외부 디자인

"싹 뜯어 고친 페이스리프트 모델"

2005년에 나왔던 로체, 그것의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로체 이노베이션입니다. 피터 슈라이어가 기아로 이직한 뒤 처음으로 실력 보여줬던 게 바로 이 차예요. 모두 알고 있듯 초대 로체는 못 생긴 차의 대명사였습니다. 맹~한 눈매와 순둥순둥한 앞 범퍼가 너무 심심했던, 택시로나 주로 팔려서 ‘택체’로 불렸던 차. 이런 까닭에 로체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등장이 예정되어 있을 때 여론은 이미 부정적이었습니다. 나오지도 않은 차였는데 말이죠. 사람들은 “원판(로체)이 이렇게 못 났는데 좋아져 봤자 얼마나 좋아지겠냐”고 기대조차 안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잘 생겨져도 너무 잘 생겨진 겁니다. 원작의 멍청한 얼굴이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되었죠. 구체적으로 따져 보면 거의 모든 패널을 갈아 엎었습니다. 앞 뒤 범퍼는 물론이고 보닛, 앞쪽 펜더, 트렁크까지 새로 만들었죠. 이때 당시의 페이스리프트는 보통 램프 형상과 범퍼 살짝 바꾸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었는데 로체는 못 생겼다는 여론을 반영,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한 거였습니다. 개과천선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긍정적인 변화.

이렇듯 디자인이 좋아진 건 사실이지만 ‘오래된 차처럼 보인다’는 사실은 숨길 수 없습니다. 2008년에 출시됐고 디자인된 지는 10년 넘은 거니 그럴 수밖에. 보닛이나 트렁크와 그린하우스(승객실)가 확연히 구분된 것만 봐도 ‘쿠페처럼 디자인한다’는 트렌드와 다릅니다. 특별한 기교 없는 앞뒤 램프, 건조한 디자인의 도어와 보닛도 자극이 약해 구닥다리 차라는 걸 드러내고 있죠.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당시 성공적인 모델 변경으로 외관을 일신했으나 이제는 낡은 티가 난다고.

내부 디자인

"저렴하고 심심한 인테리어"

실내는 몇 가지 요소들만 바뀌었습니다. 대시보드나 시트 등 실내를 구성하는 큼직큼직한 것들은 그대로 두었지요. 변화의 핵심은 요컨대 이렇습니다. 3-실린더 스타일 계기판, 원형 패널로 멋 부린 센터 터널 쪽 변속기, 패들 시프터(옵션)를 꼽을 수 있죠. 아울러 하늘색에 가까웠던 인테리어 조명 컬러도 빨갛게 바뀌었습니다. 그때 바뀐 색깔이 기아 아이덴티티로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지요. 이 기아 특유의 조명 색상은 아우디스럽고 공격적인 느낌이나 살짝 눈 아프다는 약점도 존재합니다.

디자인 자체는 무난합니다. 실용성만 놓고 보면 요즘 차에 견줄 만한 정도. 그러나 감성적인 부분, 예를 들어 ‘고급감을 자아내느냐’는 관점에서는 혹평입니다. 인테리어의 주를 이루는 플라스틱이 값 싸 보이고 가죽 질감도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보다 퇴보했습니다. 특히 여러분이 주로 검색할 만한 택시나 렌터카 모델(LPG 사양)이라면 인테리어는 더욱 처참해집니다. 로터리 타입의 수동에어컨과 뻣뻣하고 축축한 인조가죽시트, 여기에 담배 냄새까지 더해진다면 더 이상 얘기 할 필요 없을 터.

한편 이때의 현대 기아차가 원가 절감에 맛을 들였다는 증거는 로체 이노베이션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구형에 존재했던 날짜-시간 통합 디스플레이가 슬그머니 없어진 것, 계기판의 전자식 연료 및 수온 게이지가 포르테와 같은 저가 방식으로 돌아선 것, 열선 시트의 조절 폭이 5단계에서 1단계가 되어 버린 것이 로체 이노베이션을 싸구려처럼 여겨지게 합니다. 고급감 면에서는 동시대 SM5가 훨씬 좋은 평가였어요.

직선주행

"초기 가속 재빠른 한국형 중형차"

구형에 있던 1.8L 가솔린과 2.0L 디젤은 이노베이션으로 바뀌면서 깔끔히 삭제됐습니다. 가장 흔한 등급은 2.0L 가솔린 모델. 포트분사식 세타 Ⅱ 엔진으로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는 20.1kgㆍm을 냅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로체 2.0L 가솔린 모델 출력이 144마력이었으니 비교가 될 듯. 연료비 면에서 매력적인 쎄타 2.0L LPI(LPG)는 141마력, 19kgㆍm을 발휘했습니다. 변속기는 수동이 5단, 자동은 4단입니다. 자동 4단은 6단이 득실거리는 요즘 AT에 비해 연비와 가속력 면에서 불리한 게 사실. 그러나 내구성만큼은 충분히 검증된 유닛이므로 욕할 필요 없습니다. 현 시점에서 이 연식의 중고차를 논할 때는 성능보다 수리비 관점(내구성)에서 접근하는 게 맞는 거니까요.

이때의 국산차가 대부분 그렇듯이 초기 가속은 필요 이상으로 경쾌합니다. 과장 보태서 시속 30km까지는 세상에서 제일 빠른 차가 아닐까 싶을 정도(그래서 택시로 많이 팔렸나). 그러나 이는 전자식 액셀러레이터의 세팅 탓입니다. 예를 들어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아도 스로틀 보디가 ‘오바’해서 열리게끔 만든 거죠. 그래서 운전자는 차가 잘 나간다고 느끼게 되고. 그렇지만 가속 페달을 더 밟아도 차가 그에 비례해 빨리 가속하지는 않습니다. 출력의 한계는 명확하니까요.

실제 데이터로는 평범한 중형차 만큼의 가속력을 보여줍니다. ‘제로백’은 10~11초예요. 사실 이런 거보다는 ‘시속 100km 이내라든가 일상에서 가솔린과 LPG 모델 간의 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게 더 중요한 정보. 반대로 고속영역과 사람이 많이 탔을 때, 오르막을 오를 때는 가솔린 모델 쪽이 파워에 한결 여유 있습니다. 살살 타는 입장이라면 연료비 적게 드는 LPG차가, 답답한 거 싫다면 가솔린 차가 어울리겠군요.

곡선주행

"당대 최고 운동성 품어"

2005년에 로체 처음 나왔을 때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주변 마성산 와인딩에서 시승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불법 아니고 공식적인 시승 행사였나 이벤트였나, 아무튼 나쁜 짓은 아니었어요. 장소가 장소다 보니 키 받자 마자 한계까지 내몰았었는데요. 몇 바퀴 돌고 나서 옆에 탔던 아마추어 레이서랑 입을 모아 했던 말이 이거였습니다. “이 차 신기할 정도로 뉴트럴 스티어다.”

정말 그랬습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 나요. 차고도 꽤 높게 나왔고 서스펜션도 적잖이 늘어나는 스타일이었는데 묘하게 굽잇길에서는 잘 기울어지지 않았습니다. 한쪽으로 롤(가로 방향 기울어짐) 먹인 뒤 다른 한쪽으로 즉시 롤을 먹여도 휘청대지 않더군요. 무엇보다 코너링 특성이 정말 좋았습니다. 이상적인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좋은 코너링 성능’을 갖고 있었죠.

당시 형제차이자 1년 전에 나왔던 NF 쏘나타는 코너에서 한계 영역에 다다르면 보닛이 서서히 코너 바깥으로 밀려났었는데(약한 언더스티어) 로체는 4개의 타이어가 노면을 붙잡고 내가 생각한 라인을 그대로 그려주는 차였습니다. 뒤쪽이 낭창거리지 않았고 앞쪽이 밀려나지도 않는, 뉴트럴 스티어의 정석처럼 움직이더라고요. 당시 로체가 내세운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가 ‘핸들링’이었는데 그게 헛소리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었어요. 그때 이후로도 수없이 많은 차를 타 보았지만 아직까지 로체처럼 좋은 코너링을 보여준 FF 세단을 타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지금까지 한 얘기는 로체 이노베이션이 아니라 초대 로체에 대한 얘기입니다. 아쉽게도 로체 이노베이션은 한계까지 몰아 볼 기회가 없었네요. 설령 그렇다 한들 로체의 디자인 변경 모델이 로체 이노베이션이므로 그 성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추정입니다. 오히려 그보다 현존하는 로체들이 제 상태인 차가 없을 거라는 게 문제입니다. 댐퍼가 제 기능을 상실했을 거고 하체 곳곳을 잇는 고무 부품들도 경화됐을 테니까요.

로체 이노베이션의 결정적인 약점은 소음이 아주 크게 들어온다는 겁니다. 이게 얼마나 심각하냐면요. 당시 제 차가 투스카니였는데 그 차보다 로체 이노베이션 하부 소음이 심했었습니다. 투스카니는 준중형(아반떼 XD) 베이스의 스포츠 성향 모델. 저진동, 저소음과 거리가 먼 차였죠. 그런데 그 투스카니보다 로체 이노베이션 하부 소음이 더 컸다는 거예요. 분당-수서간 도로를 시속 90km로 순항하며 핸즈프리로 통화하는데 상대방이 “전화가 왜 이렇게 안 들리냐”며 “창문 열고 달리는 거 아니냐”고 짜증 냈던 게 생각 나네요. 정숙성 중시하면 NF 트랜스폼이 나을 듯합니다.

성능 비교

모델	제조사 현대 제네시스 기아 쉐보레(GM대우) 르노코리아(삼성) KG모빌리티(쌍용) BMW 닛산 닷지 도요타 람보르기니 랜드로버 렉서스 로터스 롤스로이스 링컨 마세라티 마이바흐 맥라렌 머큐리 미니 미쯔비시 벤츠 벤틀리 볼보 뷰익 사브 쉐보레 스마트 스바루 스즈키 시트로엥/DS 아우디 애스턴마틴 이네오스 인피니티 재규어 지프 캐딜락 크라이슬러 페라리 포드 포르쉐 폭스바겐 폰티악 폴스타 푸조 피아트 혼다 BYD 모델 연식 등급 세부등급	제조사 현대 제네시스 기아 쉐보레(GM대우) 르노코리아(삼성) KG모빌리티(쌍용) BMW 닛산 닷지 도요타 람보르기니 랜드로버 렉서스 로터스 롤스로이스 링컨 마세라티 마이바흐 맥라렌 머큐리 미니 미쯔비시 벤츠 벤틀리 볼보 뷰익 사브 쉐보레 스마트 스바루 스즈키 시트로엥/DS 아우디 애스턴마틴 이네오스 인피니티 재규어 지프 캐딜락 크라이슬러 페라리 포드 포르쉐 폭스바겐 폰티악 폴스타 푸조 피아트 혼다 BYD 모델 연식 등급 세부등급

안전장비

"에어백 두 개 뿐, VDC도 흔치 않은 장비"

로체 이노베이션은 2008년 6월에 나온 차입니다. 오래 됐다는 뜻입니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사이드 에어백이 의무화되지 않았었고 자세제어장치(ESC)도 옵션으로써 운영되던 시절. 그래서 로체 이노베이션 매물의 9할 이상은 운전석과 동반자석 정면에 각각 한 개씩, 고작 두 개의 에어백을 장비할 뿐입니다. 자세제어장치도 옵션(62만원)으로 운영됐기에 실질적인 능동형 안전장비는 ABS 뿐이지요. 그때는 이런 옵션 넣으면 ‘주문 생산’으로 들어가서 납차까지 오래 걸렸고 그래서 설정하는 이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따라서 6에어백과 자세제어장치 달린 차를 고르고 싶다면 아예 K5로 급을 올리는 게 나은 형편입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 버전의 충돌 시험 결과는 좋은 편이었습니다. 정면과 측면 충돌에서 별 다섯 개 받았거든요. 하지만 미국 IIHS의 테스트 리포트는 부정적입니다. 정면 충돌과 시트 항목은 문제 없었으나 측면 충돌에서 최고점보다 한 급 아래인 ‘Acceptable’을, 지붕 강성에서는 ‘나쁨’에 해당하는 ‘Marginal’을 받은 게 그 이유입니다.

편의장비

"가죽시트, 스마트키 유무 따지세요"

현역 시절에도 그냥 평범한 중형차 정도의 장비를 담고 있었습니다. 당시 동급 모델인 르노삼성 SM5가 카드형 스마트키와 프리미엄 인테리어로 고급화했던 것과 대조적이에요. 거기 비하면 로체 이노베이션은 보수적이고 짐짓 검소하기까지 했죠. 현 시점에서 중고차로서 로체 이노베이션 고를 때 ‘있으면 좋은 옵션’은 이런 것들입니다. 천연가죽시트, 시트 열선, 전자동 에어컨, 마지막으로 스마트 키. 2009년형을 기준으로 가죽시트는 LX 스페셜부터 선택 사양으로 운영됐고 전자동 에어컨은 LEX 고급형부터, 스마트키는 LEX 최고급형부터 탑재되었으니 이를 참고하면 좋을 겁니다.

안전ㆍ편의 비교

모델	제조사 현대 제네시스 기아 쉐보레(GM대우) 르노코리아(삼성) KG모빌리티(쌍용) BMW 닛산 닷지 도요타 람보르기니 랜드로버 렉서스 로터스 롤스로이스 링컨 마세라티 마이바흐 맥라렌 머큐리 미니 미쯔비시 벤츠 벤틀리 볼보 뷰익 사브 쉐보레 스마트 스바루 스즈키 시트로엥/DS 아우디 애스턴마틴 이네오스 인피니티 재규어 지프 캐딜락 크라이슬러 페라리 포드 포르쉐 폭스바겐 폰티악 폴스타 푸조 피아트 혼다 BYD 모델 연식 등급 세부등급	제조사 현대 제네시스 기아 쉐보레(GM대우) 르노코리아(삼성) KG모빌리티(쌍용) BMW 닛산 닷지 도요타 람보르기니 랜드로버 렉서스 로터스 롤스로이스 링컨 마세라티 마이바흐 맥라렌 머큐리 미니 미쯔비시 벤츠 벤틀리 볼보 뷰익 사브 쉐보레 스마트 스바루 스즈키 시트로엥/DS 아우디 애스턴마틴 이네오스 인피니티 재규어 지프 캐딜락 크라이슬러 페라리 포드 포르쉐 폭스바겐 폰티악 폴스타 푸조 피아트 혼다 BYD 모델 연식 등급 세부등급

출시 때는 기존 로체보다 55mm 길어진 게 세일즈 포인트였습니다. 사실 구형 로체는 작다는 게약점이었어요. 준중형인 아반떼 HD를 바탕으로 했다는 논란이 있을 정도였죠. 그래서 페이스리프트임에도 범퍼 늘여 전장을 키운 겁니다. 이로써 길이 4,810, 너비 1,820, 높이 1,480mm예요. 최신 중형차인 LF 쏘나타(4,855×1,865×1,475)를 참고하면 비교가 쉬울 듯.

덩치 면에서 옹색한 게 사실이나 실내 공간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쿠페처럼 지붕을 낮추지 않되 보수적인 세단 스타일을 고집한 덕분. 수평 비교할 경우 후계차인 K5가 더 여유로운 건 자명하지만 안에 탔을 때의 쾌적함은 오히려 로체 쪽이 나은 듯해요. 시트도 편하고요. 노면 소음이 크게 올라온다는 결정적인 함정이 있지만 공간만 놓고 보면 패밀리카로써 쓸 만한 차입니다.

• 높이 1,480mm
• 너비 1,820mm

• 휠베이스 2,720mm
• 길이 4,810mm

크기ㆍ질량

연비

당시의 공인연비는 4단 AT 모델 기준 11.5km/L. 차체가 가벼운 편에 들고 엔진 자체의 효율도 나쁘진 않은데요. 결정적으로 4단 AT 때문(엔진 회전수를 높게 유지)에 고속 항속할 때 연비가 잘 안 나옵니다. 실 연비는 10~11km/L. 이로 인한 기름값이 부담된다면 일반인 구입 가능한 LPG 차로 사는 걸 추천합니다.

정비

구조가 단순한 차입니다. 기아차가 워낙 부품이 저렴한데다 공임까지 싸고 심지어 정비소도 많으니 고쳐 가며 타기 좋을 겁니다.

보증기간

로체 이노베이션은 2010년에 단종됐습니다. 이는 “현 시점에서는 보증기간 남은 차가 전무하다”는 의미. AS가 걱정이라면 엔카 직영의 보증 서비스를 활용하는 등의 대안을 찾는 게 좋겠습니다.

"엔진 스크래치 이슈 존재"

다른 모든 부분들은 안정적인 품질을 자랑하는데 결정적인 한 가지 약점이 있네요. 바로 가솔린 2.0L 모델의 쎄타 Ⅱ 엔진입니다. 최근에 현대 직분사 가솔린 엔진의 실린더 내벽 스크래치 문제가 제기됐었잖아요. 그때 포트분사식 쎄타 Ⅱ는 예외였고. 하지만 사용자 의견에 따르면 로체 이노베이션의 엔진 역시 같은 문제가 종종 나타난다고 합니다. 엔진 소음 커지고 엔진오일 줄고 실린더에 스크래치 나고, 그대로 타면 엔진이 완전히 망가지기도 하는 것. 어쩌면 ‘뽑기’일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구입 전 알아두는 게 좋겠고, 이 부분이 걱정되면 쎄타 초기형인 LPG 모델을 사는 것도 대안입니다.

신차가격표